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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운명 — 나눠 받거나, 이웃에게서 듣거나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앞의 두 글에서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왔습니다. 난할로 세포를 쪼개고, 낭배형성으로 삼배엽을 만들고, 신경관을 세웠죠.

그런데 우리는 계속 답을 미뤄 왔습니다. 같은 유전체를 가진 세포들이 왜 서로 다른 것이 됩니까?

이 글이 그 답입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면, 답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발생생물학 전체가 이 두 가지의 조합이에요. 아주 단순합니다.

먼저 질문을 정확하게 세웁시다

접합자 하나가 분열해서 만들어진 세포들이니, 원칙적으로 모든 세포는 같은 DNA를 갖습니다. 이걸 유전체 등가성이라고 부릅니다.

"정말 같을까? 분화하면서 필요 없는 유전자는 버리는 거 아닐까?"라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세기 초에는 그렇게 생각한 학자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미 다 자란 분화된 세포의 핵을 꺼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었더니, 거기서 완전한 개체가 만들어졌습니다. 분화된 세포도 개체 전체를 만들 유전 정보를 여전히 다 갖고 있다는 뜻이에요. 식물에서는 분화된 세포 하나로 온전한 식물체를 기르는 것이 더 쉽게 됩니다.

그러니 질문이 정확해집니다. 세포의 차이는 유전 정보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끄느냐의 차이입니다. Ch.18의 차등적 유전자 발현이 바로 이 이야기였죠. 발생에서 다시 만난 겁니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무엇이 세포마다 다른 스위치를 누르게 만드는가?

① 세포질 결정인자 — 난자 세포질은 애초에 균일하지 않다

첫 번째 답입니다. 놀랍게도 그 차이의 시작은 수정되기도 전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난자 세포질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넣어 둔 mRNA와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앞에서 난자 활성화 이야기를 할 때 나왔던 그 저장분이에요. 그런데 이 물질들이 세포질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한쪽에 몰려 있습니다. 동물극-식물극 축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예요.

이제 난할이 시작됩니다. 난할면이 이 불균등한 세포질을 가르고 지나가면, 어떤 딸세포는 그 물질을 많이 받고 어떤 딸세포는 거의 못 받습니다. 받은 쪽과 못 받은 쪽은 그 순간부터 서로 다른 세포입니다. 유전체는 같은데 세포질 내용물이 다르니까요.

이렇게 세포 운명을 좌우하는, 난자 세포질에 불균등하게 들어 있던 물질을 세포질 결정인자라고 합니다. 이 물질들은 전사인자이거나 전사인자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라, 결국 특정 유전자를 켜는 일을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 두면 좋습니다. 발생의 첫 번째 비대칭은 배 자신이 만든 게 아닙니다. 어머니가 난자를 만들 때 미리 차려 둔 거예요. 배는 그 차려진 판 위에서 출발합니다.

② 유도 — 이웃 세포가 보내는 신호

두 번째 답입니다. 세포질 결정인자만으로는 부족해요. 결정인자는 처음 몇 번의 난할에서 몇 갈래를 만들 뿐인데, 우리 몸에는 200가지가 넘는 세포 유형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어디서 올까요.

유도(induction)입니다. 이웃한 세포 무리가 신호를 보내 상대의 발현 양상을 바꾸는 것. 앞 글의 신경관 형성에서 이미 봤습니다. 척삭(중배엽)이 위쪽 외배엽에 신호를 보내 신경판을 만들었죠. 그 외배엽은 척삭이 없었으면 피부가 됐을 세포입니다.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 자체는 새로울 게 없습니다. Ch.9에서 배운 신호전달의 세 단계 그대로예요. 분비된 신호물질이 이웃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신호전달 경로를 거쳐, 마지막에 전사인자가 활성화되어 특정 유전자가 켜집니다.

유도의 특징 두 가지를 알아 두세요.

  •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A가 B를 유도하면, 새로 생긴 B가 다시 C를 유도합니다. 척추동물의 눈이 좋은 예입니다. 뇌에서 뻗어 나온 조직이 바로 위의 표피 외배엽을 유도해 수정체를 만들고, 만들어진 수정체가 다시 그 바깥 표피를 유도해 각막을 만듭니다. 한 번의 신호가 연쇄를 일으켜 복잡한 기관이 됩니다.
  • 위치가 곧 정보입니다. 신호물질이 한 지점에서 퍼져 나가면 가까운 세포는 많이, 먼 세포는 적게 받습니다. 농도가 다르면 켜지는 유전자도 달라져요. 세포는 "내가 어디 있는가"를 농도로 읽습니다.

운명예정지도 — 어느 세포가 무엇이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낭배 단계의 세포 하나를 가리키며 "얘는 나중에 뭐가 되나요?"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답할 수 있어요. 그 답을 배 표면에 그려 놓은 것이 운명예정지도(fate map)입니다.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배 표면의 특정 부위에 해가 없는 염료로 표시를 남기고, 발생이 진행된 뒤 그 색이 어느 기관에 들어가 있는지 추적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형광 물질이나 유전적 표지로 세포 하나하나의 계보를 따라갑니다.

운명예정지도가 알려 주는 것은 "이 세포는 정상적으로 발생하면 무엇이 된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구분이 나옵니다. "될 예정이다"와 "그것 말고는 될 수 없다"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결정과 분화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 이 글의 핵심

학생들이 이 둘을 거의 항상 섞어 씁니다. 시험에서 정확히 갈라 묻는데도요.

결정(determination)분화(differentiation)
무엇인가세포의 운명이 되돌릴 수 없게 확정되는 것세포가 실제로 모양과 기능을 갖추는 것
겉으로 보이나안 보입니다. 현미경으로 봐도 주변 세포와 똑같음보입니다. 모양·단백질·기능이 달라짐
수준분자 수준 — 마스터 조절 유전자가 켜짐조직 수준 — 조직 특이적 단백질이 대량 생산됨
시간 순서먼저나중
어떻게 확인하나다른 자리로 이식해 보면 안다보면 안다

마지막 줄이 이 개념의 전부입니다. 겉으로 아무 차이가 없는 세포를 배의 다른 자리로 옮겨 심습니다. 두 가지 결과가 가능해요.

  • 새 자리에 맞춰 다른 것이 된다 →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주변 신호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상태예요.
  • 옮겨 놓았는데도 원래 될 것이 된다 → 이미 결정됐습니다. 겉모습은 그대로여도 안에서는 이미 확정돼 있던 겁니다.

결정이 일어나는 실체는 무엇일까요. 특정 마스터 조절 유전자가 켜지는 것입니다. 근육을 예로 들면, 배아 세포에서 근육 분화를 지휘하는 조절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순간 그 세포의 운명은 근육으로 확정됩니다. 그 단백질은 근육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줄줄이 켜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유전자도 계속 켜서 상태를 고정시킵니다. 겉으로는 아직 아무 일도 없어 보이지만, 스위치는 이미 잠겼어요.

여기서 가장 많이 틀립니다. "결정 = 분화"로 쓰는 것. 서술형에서 "결정과 분화의 차이를 설명하시오"가 나오면 반드시 겉으로 보이느냐와 시간 순서 두 가지를 쓰세요. 결정은 눈에 안 보이고 먼저, 분화는 눈에 보이고 나중. 그리고 결정 여부는 이식 실험으로 확인한다는 문장까지 붙이면 만점 답안입니다.

같은 유전체에서 세포가 달라지는 두 갈래인 세포질 결정인자 분배와 이웃 세포의 유도, 겉보기로는 구별되지 않는 결정이 눈에 보이는 분화보다 먼저 온다는 시간축, 그리고 색소가 다른 두 종을 써서 두 번째 몸축이 대부분 숙주 세포로 이뤄졌음을 보인 슈페만과 망골트의 이식 실험

이식편은 스스로 몸을 만든 게 아니라 신호를 보냈을 뿐이다 — 그것이 유도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슈페만과 망골트의 형성체 — 유도를 증명한 실험

유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인 결정적 실험이 있습니다. 발생학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이에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한스 슈페만과 그의 대학원생 힐데 망골트는 영원(도롱뇽류) 배를 가지고 1921~22년에 실험을 하고 1924년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실험 설계부터 보세요. 두 사람은 색소가 서로 다른 두 종의 영원을 썼습니다. 이게 이 실험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색이 다르면 나중에 어느 세포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눈으로 구별할 수 있으니까요.

  • 조작 — 한 배아의 낭배에서 원구 위쪽 가장자리(원구 배순부) 조각을 떼어, 다른 종 배아의 배 쪽에 이식했습니다. 배 쪽은 원래라면 등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자리입니다.
  • 결과 — 그 자리에서 두 번째 몸축이 통째로 생겨났습니다. 신경관과 체절을 갖춘, 머리까지 달린 두 번째 배가 만들어진 거예요.
  • 결정적인 관찰 — 색을 추적해 보니, 두 번째 배를 이루는 조직의 대부분이 이식편 자신이 아니라 숙주 배아의 세포였습니다.

마지막 줄이 전부입니다. 이식한 조각이 스스로 두 번째 몸을 만든 게 아니에요. 이식편은 신호를 보냈고, 원래 다른 것이 될 예정이던 숙주 세포들이 그 신호를 듣고 운명을 바꾼 것입니다. 슈페만과 망골트는 이 현상에 유도라는 이름을, 이런 힘을 가진 원구 배순부에 형성체(organize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슈페만은 이 발견으로 193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망골트는 논문이 인쇄되던 1924년, 집의 난방기 폭발 사고로 스물여섯에 세상을 떠나 그 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이 구조를 슈페만-망골트 형성체라고 두 사람의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쌤 한마디 — 이 실험은 생기부 탐구 소재로 아주 좋습니다. 다만 "이식했더니 두 번째 배가 생겼다"까지만 쓰면 평범합니다. 왜 색소가 다른 두 종을 썼는지를 쓰세요. 그 설계가 없었다면 "이식편이 자라서 된 것"과 "숙주가 유도된 것"을 구별할 수 없었고, 이 실험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론이 아니라 대조를 만든 설계를 읽어 내는 학생을 평가자는 눈여겨봅니다.

그래서 다시 Ch.18로

이제 처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같은 유전체를 가진 세포가 달라지는 이유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켜기 때문이고, 다르게 켜는 계기는 두 가지 — 세포질 결정인자를 다르게 나눠 받았거나, 이웃에게서 다른 신호를 들었거나.

두 경로 모두 종착지가 같다는 점을 확인하세요. 결정인자도 전사인자로 작용하고, 유도 신호도 신호전달을 거쳐 마지막에 전사인자를 움직입니다. 둘 다 결국 전사 조절에서 만납니다. 진핵생물의 다단계 유전자 발현 조절에서 배운 내용이 발생이라는 무대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발생의 도구는 유전자를 켜는 것만이 아닙니다. 세포를 없애는 것도 도구예요. 손가락 사이가 갈라지는 것은 그 부분의 세포가 예정된 죽음을 맞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일과 지우는 일이 함께 몸을 조각합니다.

정리하면

모든 체세포는 같은 유전체를 갖습니다. 그러므로 세포의 차이는 차등적 유전자 발현의 결과이고, 그 차이를 만드는 계기는 둘뿐입니다. ① 세포질 결정인자 — 난자 세포질에 불균등하게 들어 있던 물질을 난할로 나눠 받는 것. ② 유도 — 이웃 세포가 보낸 신호를 받아 발현이 바뀌는 것.

결정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채 운명이 확정되는 것이고, 분화는 그 뒤에 실제로 모양과 기능이 갖춰지는 것입니다. 결정 여부는 이식 실험으로 확인합니다. 슈페만과 망골트는 원구 배순부를 다른 배아에 이식해 두 번째 몸축을 만들어 냈고, 그 조직 대부분이 숙주 세포에서 나왔다는 사실로 유도를 증명했습니다.

Ch.46은 여기서 끝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발생을 지휘하는 유전자들은 동물 사이에서 놀랄 만큼 잘 보존돼 있어서, 그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켜지는지가 조금만 달라져도 몸의 모습이 크게 달라집니다. 큰 진화적 변화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다루는 발생 유전자와 방향 없는 진화가 바로 그 이야기예요. 이번 세 편을 읽고 나서 그 글을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르게 읽힐 겁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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