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근과 지의류 — 균류가 맺은 두 동맹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균류 단원에서 가장 중요한 글이 이겁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유를 먼저 말할게요. 지금까지 균류를 "분해하는 생물"로 배웠습니다. 죽은 것을 먹고, 때로는 살아 있는 것에 기생하는 쪽이죠. 그런데 균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은 분해가 아니라 동맹이었습니다.
두 번의 동맹입니다. 하나는 식물의 뿌리와, 다른 하나는 광합성하는 미생물과. 그리고 앞쪽 동맹은 식물이 땅으로 올라오는 사건 자체에 관여했다고 봅니다. 숲과 초원과 농경지가 지금 모습인 데에 균류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균근이란 무엇인가
균근은 균류와 식물 뿌리가 만든 공생 구조입니다. 한자 뜻이 그대로예요 — 균(菌)과 뿌리(根).
흔한 현상이냐 하면, 흔한 수준을 넘습니다. 육상 식물 종의 대다수가 균근을 가집니다. 보고에 따라 80~90% 선으로 제시되고요. 그러니 땅에서 식물 뿌리를 캐 보면 균근이 없는 경우가 오히려 예외입니다.
그래서 관점을 하나 바꿔야 합니다. 식물의 뿌리를 "식물의 기관"으로만 보면 부족해요. 자연 상태의 뿌리는 거의 언제나 식물 조직 + 균사체의 복합체입니다. 우리가 교과서 그림에서 보는 깨끗한 뿌리는 실험실에서 소독한 흙에 키운 뿌리에 가깝습니다.
거래 조건 —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가
공생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래 내역을 보는 것입니다.
| 방향 | 주는 것 | 왜 그쪽이 유리한가 |
|---|---|---|
| 균 → 식물 | 물, 그리고 무기양분 — 특히 인, 그리고 질소 | 균사체가 뿌리보다 훨씬 가늘고 훨씬 멀리, 훨씬 넓게 뻗는다 |
| 식물 → 균 | 광합성 산물(당, 그리고 지질) | 균류는 광합성을 못 한다. 유기물을 어디선가 받아야 한다 |
식물이 주는 쪽은 간단합니다. 첫 글에서 봤듯 균류는 전부 종속영양이고, 분해할 유기물이 없으면 굶습니다. 광합성하는 파트너에게 직접 당을 받는 건 균류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이에요. 식물이 균근에 보내는 광합성 산물의 비율이 꽤 크다는 보고가 여럿 있습니다. 공짜가 아니라 상당한 비용을 치르는 거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식물이 받는 쪽, 특히 왜 인인가가 더 흥미롭습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깊게 팔 부분입니다.
왜 하필 인인가 — 움직이지 않는 양분
질문부터. 식물은 뿌리가 있고 뿌리털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균류의 도움이 필요할까요.
답은 인산이온이 토양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토양의 인산이온은 흙 입자와 강하게 결합하고 물에 잘 녹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 흐름에 실려 뿌리로 오는 양이 적고, 확산으로 이동하는 거리도 짧아요. 반면 질산이온 같은 양분은 물에 잘 녹아 물과 함께 뿌리 쪽으로 따라옵니다.
그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뿌리가 인을 흡수하면 뿌리 바로 주변의 인이 금방 고갈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인이 아직 있는데 거기서 뿌리 쪽으로 오지 않아요. 뿌리 주변에 텅 빈 껍질이 생기는 셈입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고갈된 영역 밖으로 나가서 가져오는 것. 그리고 그 일에 뿌리보다 균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 가늘다 — 균사는 뿌리털보다 훨씬 가늡니다. 같은 양의 재료로 훨씬 긴 길이를 만들 수 있어요.
- 멀리 간다 — 균사체는 뿌리 끝에서 수 센티미터 이상 밖으로 뻗어 나가 고갈 영역 바깥의 흙을 탐색합니다.
- 싸다 — 뿌리를 그 길이만큼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균사를 뻗어 주는 균류에게 당을 주는 비용이 식물 입장에서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균근도 표면적 이야기입니다. 이 챕터에서 세 번째로 나오는 논리예요. 균사체가 실 모양인 이유, 버섯 갓에 주름이 있는 이유, 그리고 지금 식물이 균류에게 뿌리의 탐색을 외주 주는 이유가 모두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균류는 흙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기물에 묶여 있어 식물이 바로 쓸 수 없는 질소·인을 분해해서 꺼내 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식물이 직접은 못 하는 일입니다. 물질 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균근은 질소 순환의 분해 단계와 식물의 흡수 단계를 직접 이어 붙인 구조에 가깝습니다.
두 가지 균근 — 들어가는가, 감싸는가
균근은 크게 두 유형입니다. 차이는 균사가 뿌리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지에 있습니다. 이름에 그대로 적혀 있어요.
| 구분 | 수지상균근 | 외생균근 |
|---|---|---|
| 이름의 뜻 | 나뭇가지 모양 구조를 만든다 | 바깥(ecto-)에 머문다 |
| 균사가 세포 안으로 | 들어간다 — 세포벽을 통과한다 | 들어가지 않는다 — 세포 사이로만 뻗는다 |
| 세포막은 | 뚫지 않는다 — 막이 균사를 감싼 채 밀려 들어온다 | 접촉하지 않는다 |
| 뿌리 겉모습 | 거의 변화 없다 — 현미경으로 봐야 한다 | 굵고 짧아지며 뿌리털이 줄어든다 — 눈으로 보인다 |
| 담당 균류 | 글로메로균류 | 담자균류·자낭균류 |
| 식물 쪽 | 초본·작물 등 육상 식물의 다수 | 소나무·참나무·자작나무 등 온대·한대 수목 |
| 흔한 정도 | 훨씬 흔하다 | 식물 종 수로는 적지만 숲에서 비중이 크다 |
표에서 세 번째 줄을 특히 조심하세요. 수지상균근의 균사는 뿌리 세포의 세포벽은 뚫고 들어가지만 세포막은 뚫지 않습니다. 세포막이 균사를 장갑처럼 감싼 채로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형태예요. 그래서 균사와 식물 세포의 막이 아주 넓은 면적으로 맞닿게 되고, 그만큼 물질 교환이 빠릅니다.
이 구조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첫 글에서 기생균의 흡기를 설명할 때 똑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세포벽은 뚫고 세포막은 밀어 들어간다는 그 구조. 기생에 쓰이는 장치와 공생에 쓰이는 장치가 같습니다. 이게 우연은 아닐 겁니다. 뒤에서 다시 짚겠습니다.
외생균근 쪽은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균사가 뿌리 표면을 빽빽하게 감싸 두꺼운 외피를 만들기 때문에, 외생균근이 생긴 뿌리는 눈으로 봐도 다릅니다. 굵고 짧고 뭉툭해지며 뿌리털이 거의 없어집니다. 뿌리털이 하던 일을 균사가 대신하니 뿌리 쪽은 그 투자를 줄이는 거죠. 숲에서 소나무 뿌리 주변의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 보면 흰 균사가 뿌리를 감싸고 흙 입자를 붙들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식물의 육상 진출과 균류 — 화석이 말하는 것
이제 이 글의 가장 큰 이야기입니다.
식물의 육상 진출 편에서 식물이 땅으로 올라오며 풀어야 했던 문제들을 봤습니다. 건조, 지지, 그리고 물과 양분의 흡수였죠. 물속에서는 몸 전체로 흡수하면 됐지만 땅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가장 이른 육상 식물에는 결정적인 것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뿌리가 없었어요. 관다발이 발달한 뿌리는 그보다 나중에 등장합니다. 그러면 초기 육상 식물은 어떻게 양분을 흡수했을까요.
여기서 화석이 중요한 증거를 내놓습니다. 약 4억 년 전 지층에서 나온 초기 육상 식물 화석에서, 식물 조직 안에 균사와 수지상균근 구조로 해석되는 구조가 관찰됩니다. 스코틀랜드의 라이니 처트라는 지층이 특히 유명한데, 세포 수준의 구조가 그대로 보존된 희귀한 화석지예요.
그리고 분자 자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균근 공생에 관여하는 식물 쪽 유전자들이 육상 식물의 여러 계통에 공통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글로메로균류의 분기 시점 추정이 식물의 육상 진출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종합하면 이렇게 봅니다. 초기 육상 식물에게 균사체가 뿌리 역할을 대신해 줬고, 균근 공생은 식물의 육상 진출을 가능하게 한 조건 중 하나였다. 뿌리가 나중에 발달한 뒤에도 이 동맹은 해체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쌤 한마디 — 이 내용은 세특 소재로 아주 좋습니다. 다만 "균근은 식물과 균류가 서로 돕는 관계다"로 끝내면 평범합니다. 순서를 뒤집어 쓰세요. 즉 "식물의 육상 진출을 '식물이 혼자 해낸 적응'으로 서술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초기 육상 식물 화석의 균근 구조와 공생 관련 유전자의 보존은 이 사건이 두 계통의 공동 사건이었음을 시사한다"는 구조로요. 교과서의 서술을 비판적으로 다시 읽은 글이 됩니다. 단, 화석 해석에는 불확실성이 있으니 "시사한다", "해석된다"로 쓰고 단정하지 마세요. 조심스러운 표현이 오히려 전문적으로 읽힙니다.
균사체는 식물들을 잇고 있다 — 다만 조심해서
균사체 하나가 여러 식물의 뿌리에 동시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땅속에 식물과 식물을 잇는 균사 연결망이 생기죠. 탄소나 질소 같은 물질이 이 연결망을 통해 한 식물에서 다른 식물로 이동한 사례가 표지 실험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발견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면서 "숲의 인터넷", "나무들이 서로 돕는 네트워크" 같은 표현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물질이 이동한다는 관찰과 나무들이 서로를 돕기 위해 그 통로를 쓴다는 해석은 전혀 다른 수준의 주장입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한지를 두고 비판적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고, 널리 인용된 결론들이 실제 데이터로 얼마나 뒷받침되는지 다시 따져 보는 연구들이 나왔습니다. 이동량이 식물의 생장에 의미 있는 규모인지, 균류 자신의 이익으로 설명되지 않는지가 쟁점이에요.
그러니 학생 글에서는 이렇게 쓰는 게 안전하고 정확합니다. "균사체를 통해 식물 간 물질 이동이 일어난다는 관찰이 있으며, 그 생태적 의미에 대해서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유명한 비유를 그대로 쓰는 것보다, 어디까지가 관찰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 구분해 쓰는 쪽이 훨씬 좋은 글입니다.
"공생 = 서로 좋다"가 아닙니다
여기서 이 글의 중요한 교정이 들어갑니다. 학생들이 공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으로 '훈훈한 관계'로 읽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종간 상호작용 편에서 세운 틀을 다시 꺼내 보세요. 상호작용은 상호이익(+/+), 포식·기생(+/−), 편해(−/0) 같은 칸으로 나뉘지만, 실제 관계는 그 칸들 사이의 연속선 위에 있고 조건에 따라 이동합니다. 균근이 그 연속선의 좋은 예입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죠.
- 토양에 인이 충분하면 거래 가치가 떨어집니다. 식물이 균류에게 보내는 당의 양을 줄이거나 균근 형성이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됩니다. 비료를 많이 준 농경지에서 균근이 잘 발달하지 않는 경우가 그래요. 이득이 없으면 투자를 줄입니다. 우정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 조건에 따라 식물에 손해가 되기도 합니다. 빛이 부족해 광합성이 적은 식물이 균류에 당을 계속 내보내면, 균근이 순이익이 아니라 순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 난초의 종자는 균류 없이 발아하지 못합니다. 난초 종자는 먼지처럼 작고 저장 양분이 사실상 없어요. 발아 초기에 균류가 주는 영양분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관계가 대칭적이지 않습니다. 균이 주고 식물은 못 주는 상태죠.
- 엽록소가 없는 식물도 있습니다. 광합성을 아예 하지 않고 균근 균류를 통해 다른 식물이 만든 탄소를 받아 살아가는 식물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걸 균종속영양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는 공생이 아니라 균류를 매개로 한 기생에 가깝습니다. 균근 연결망을 역방향으로 이용하는 셈이에요.
그리고 앞에서 짚은 구조적 닮음도 다시 보세요. 수지상균근의 균사와 기생균의 흡기가 같은 방식으로 숙주 세포에 들어갑니다. 세포벽을 뚫고, 세포막을 밀어 넣고, 넓은 접촉면을 만들어 물질을 가져가는 방식. 공생과 기생은 기술이 같고 수지가 다를 뿐입니다. 어느 쪽이 더 많이 주는지가 조건에 따라 바뀌면, 관계의 이름도 바뀝니다.

공생과 기생은 기술이 같고 수지가 다를 뿐이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두 번째 동맹 — 지의류
이제 다른 동맹으로 갑니다. 지의류입니다.
지의류는 균류와 광합성하는 파트너가 한 몸처럼 결합한 복합체입니다. 바위나 나무껍질에 붙은 회색·노란색·초록색 얇은 판이나 덩어리, 수염처럼 늘어진 것들이 지의류예요.
구성은 이렇습니다.
- 균류 쪽 — 대부분 자낭균류입니다. 몸의 구조를 만들고, 파트너를 감싸 건조와 강한 빛으로부터 보호하고, 수분과 무기양분을 붙잡아 둡니다.
- 광합성 파트너 — 녹조류 또는 시아노박테리아입니다. 광합성으로 유기물을 만들어 균류에 공급합니다.
- 시아노박테리아인 경우에는 보너스가 있습니다. 질소고정 능력이 있는 종이라면 대기의 질소까지 끌어올 수 있어요. 탄소와 질소를 모두 자급하는 복합체가 되는 겁니다.
지의류의 몸을 잘라 보면 균사가 빽빽한 층 사이에 광합성 세포들이 얇은 띠로 끼어 있습니다. 균사가 집을 짓고, 그 집 안의 햇빛이 잘 드는 층에 파트너를 배치한 구조예요. 그리고 지의류는 균사체 조각과 광합성 세포가 함께 떨어져 나가 번식하기도 합니다. 한 몸이 아니라 두 생물인데 함께 퍼집니다.
여기서 분류학적으로 재미있는 문제가 생깁니다. 지의류에는 전통적으로 학명이 붙어 있는데, 그 학명은 균류 쪽에 붙은 이름입니다. 두 생물의 조합체에 하나의 종명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는 계속 논의되는 문제예요. 개체와 종의 경계가 흐려지는 사례를 모아 두면 좋은 탐구 주제가 됩니다.
지의류는 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있나
지의류의 진짜 놀라운 점은 사는 곳입니다. 맨 암석, 툰드라, 고산의 바위, 사막, 극지 — 흙도 없고 물도 거의 없는 곳에서 삽니다.
어떻게 가능한지 이유를 뜯어봅시다.
- 흙이 필요 없습니다. 탄소는 파트너의 광합성으로 얻고, 무기양분은 상당 부분 공기와 비·먼지에서 받습니다. 뿌리로 흙에서 빨아올리는 구조가 아니에요.
- 마르면 멈춥니다. 수분이 없으면 대사를 거의 정지한 상태로 버티고, 비나 이슬로 물이 들어오면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광합성을 재개합니다. 건조를 '견디는' 게 아니라 '쉬는' 전략입니다.
- 온도 범위가 넓습니다. 극저온과 고온을 오가는 노출된 암석 표면에서 생존합니다.
대가는 느린 성장입니다. 많은 지의류가 1년에 밀리미터 단위로 자랍니다. 그래서 큰 지의류 덩어리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된 것일 수 있어요. 이 성질을 거꾸로 이용해서, 지의류의 크기로 그 표면이 드러난 시점을 추정하는 방법도 쓰입니다. 빙하가 물러난 시기나 암석이 노출된 시기를 가늠하는 데 활용됩니다.
1차 천이의 선구자
이 능력 때문에 지의류는 생태학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1차 천이의 선구자입니다.
용암이 식어 굳은 암석, 빙하가 물러나 드러난 맨 바위처럼 토양이 전혀 없는 곳에서 천이가 시작될 때, 거의 처음 정착하는 것이 지의류입니다. 그리고 지의류가 하는 일이 다음 단계를 만듭니다.
- 암석을 풍화시킵니다. 유기산을 분비해 암석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균사가 틈으로 파고들어 물리적으로도 벌립니다. 마르고 젖기를 반복하며 팽창·수축하는 것도 암석 표면을 부수는 데 기여합니다.
- 유기물을 남깁니다. 지의류가 죽어 쌓인 유기물이 부서진 암석 알갱이와 섞입니다.
- 그것이 토양의 시작입니다. 얇은 토양이 생기면 이끼류가 들어오고, 토양이 두꺼워지면 초본과 관목이 따라옵니다.
그러니 1차 천이의 첫 단계는 "암석을 흙으로 바꾸는 작업"이고, 그 작업을 하는 생물이 균류와 광합성 미생물의 연합체라는 겁니다. 생태 단원에서 천이 순서를 외울 때 "지의류 → 이끼 → 초본 → 관목 → 교목"으로 암기했다면, 그 맨 앞 칸의 정체가 지금 이것입니다.
그리고 지의류는 대기오염의 지표로도 쓰입니다. 양분을 공기에서 받는 구조라서,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축적합니다. 특히 아황산가스 같은 오염물질에 민감해서, 오염이 심한 도시 지역에서 지의류가 사라지는 현상이 오래전부터 관찰됐어요. 공기에서 먹고 사는 생물은 공기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지의류도 서로 좋은 관계일까
마지막으로 아까의 교정을 지의류에도 적용해 봅시다.
지의류는 전형적인 상호이익 관계로 소개되지만,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광합성 파트너가 지의류 밖에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는데, 지의류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더 잘 자라는지는 종에 따라 다릅니다. 균류가 파트너에게서 받아 가는 유기물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 균류가 파트너의 분열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있다는 점 때문에 지의류를 균류가 통제하는 기생 관계에 가깝게 보는 관점도 제시되어 왔습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를 지금 결론 낼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 챕터에서 두 번 반복된 교훈을 가져가세요. 공생이라는 이름은 관계의 도덕적 성격이 아니라, 두 생물이 밀접하게 함께 산다는 사실만 말해 줍니다. 수지는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참고로 공생이 극단까지 간 사례를 우리는 이미 봤습니다. 세포내공생설에서 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말이죠. 그쪽은 파트너가 독립성을 거의 완전히 잃고 세포기관이 되어 버린 경우입니다. 지의류와 균근은 그 극단까지 가지 않고 두 생물로 남아 있는 상태예요. 같은 축 위의 다른 지점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립니다
- 균근에서 균류가 식물에게 유기물을 준다고 쓴다 — 거꾸로입니다. 유기물은 식물 → 균류, 물·무기양분은 균류 → 식물입니다. 균류는 광합성을 못 합니다.
- 수지상균근과 외생균근을 바꿔 쓴다 — 수지상(AM)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외생(ecto-)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름에 답이 있어요.
- 수지상균근 균사가 세포막까지 뚫는다고 쓴다 — 세포벽은 통과하지만 세포막은 뚫지 않습니다. 막이 균사를 감싼 채 밀려 들어옵니다.
- 지의류를 하나의 생물(식물이나 이끼)로 쓴다 — 균류 + 조류 또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복합체입니다. 이끼류(선류)와는 전혀 다른 생물이에요. 이름이 비슷해 혼동이 많습니다.
- 지의류의 균 파트너를 담자균류로 쓴다 — 대부분 자낭균류입니다.
- 지의류가 질소고정을 한다고 뭉쳐 쓴다 — 질소고정은 파트너가 시아노박테리아일 때 가능합니다. 녹조류 파트너에게는 그 능력이 없습니다.
- 공생을 "서로 이익"으로만 쓴다 — 조건에 따라 한쪽으로 기웁니다. 균종속영양 식물처럼 균류를 통해 다른 식물의 탄소를 가져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 균사 연결망의 '숲의 인터넷' 해석을 사실로 단정한다 — 물질 이동 관찰은 있지만, 그 생태적 의미는 논쟁 중입니다. 관찰과 해석을 구분해 쓰세요.
- 식물의 육상 진출을 식물 혼자의 적응으로만 쓴다 — 초기 육상 식물 화석의 균근 구조는 이 사건에 균류가 관여했음을 시사합니다.
정리하면
균근은 균류와 식물 뿌리의 공생이고, 육상 식물 종의 대다수가 가지고 있습니다. 거래 내역은 균류 → 식물: 물과 무기양분(특히 인), 식물 → 균류: 광합성 산물입니다. 인이 핵심인 이유는 인산이온이 토양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아 뿌리 주변이 금방 고갈되기 때문이고, 그 고갈 영역 밖을 탐색하는 데 가늘고 긴 균사가 뿌리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유형은 둘입니다. 수지상균근은 글로메로균류가 만들며 균사가 뿌리 세포 안으로(세포벽은 통과, 세포막은 밀어 넣고) 들어가고, 육상 식물에서 훨씬 흔합니다. 외생균근은 담자균류·자낭균류가 만들며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뿌리를 외피로 감싸며, 소나무·참나무 같은 수목에서 두드러집니다.
약 4억 년 전 초기 육상 식물 화석에서 균근 구조가 관찰되고, 공생 관련 유전자가 육상 식물에 널리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균근 공생이 식물의 육상 진출을 가능하게 한 조건 중 하나로 해석됩니다.
지의류는 균류(대부분 자낭균류)와 녹조류 또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복합체입니다. 균류가 구조와 보호와 수분을, 파트너가 유기물을(시아노박테리아면 고정된 질소까지) 담당합니다. 흙 없이 살 수 있고 건조할 때 대사를 멈출 수 있어 맨 암석에서 생존하며, 1차 천이의 선구자로서 암석을 풍화시키고 유기물을 남겨 토양을 만듭니다. 성장이 느리고 공기에서 양분을 받기 때문에 대기오염의 지표로도 쓰입니다.
그리고 두 동맹 모두 "서로 좋다"로 단순화하면 안 됩니다. 조건에 따라 수지가 바뀌고, 기생 쪽으로 기우는 사례가 양쪽에 다 있습니다.
이제 챕터의 마지막 글입니다. 균류가 생태계에서 하는 가장 큰 일, 사람에게 일으키는 문제, 그리고 사람이 균류로 하는 일 — 균류와 사람에서 정리하겠습니다. 거기서 조금 당황스러운 사실 하나를 만날 겁니다. 균류 감염이 세균 감염보다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가, 균류가 우리와 가까운 친척이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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