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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바이러스와 HIV — 역전사가 뒤집은 것

송준호(송쌤)송쌤생명과학입시연구소 대표

유전자 발현 단원에서 배운 흐름을 떠올려 보세요.

DNA → RNA → 단백질

이 화살표 방향이 생물학의 뼈대입니다. 그런데 이 챕터에 와서 레트로바이러스라는 녀석이 두 번째 화살표를 거꾸로 뒤집습니다. RNA를 주형으로 DNA를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이름도 "거꾸로"를 뜻하는 접두어를 붙여 레트로(retro)바이러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중심원리의 예외"라고만 외우는 게 가장 아쉬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예외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끝내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해요. 역전사가 왜 그렇게 강력한 전략인지, 그리고 그 전략이 왜 치료를 그토록 어렵게 만드는지까지 가야 이 단원이 끝납니다.

역전사효소가 하는 일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는 RNA를 주형으로 읽어 상보적인 DNA를 합성하는 효소입니다. 1970년에 테민과 볼티모어가 각각 독립적으로 찾아냈고, 그 발견으로 197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발견이 왜 그렇게 큰 사건이었는지 짚어 둘 필요가 있어요. 당시 "DNA에서 RNA로"라는 방향은 거의 법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그 흐름이 한 방향이라는 전제 위에 분자생물학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역전사효소는 그 전제에 예외가 있다는 걸 실물로 보여 준 겁니다.

중요한 사실 하나. 숙주 세포에는 이런 효소가 없습니다. 전사는 DNA를 읽어 RNA를 만드는 일이고, 세포의 효소들은 전부 그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요. 그러니 레트로바이러스는 역전사효소를 자기 입자 안에 미리 넣어 들고 다닙니다. 캡시드를 열면 RNA 유전체와 함께 이 효소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용어를 헷갈리지 마세요. 전사(transcription)는 DNA → RNA,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는 RNA → DNA, 복제(replication)는 DNA → DNA, 번역(translation)은 RNA → 단백질입니다. "역전사"를 "역번역"으로 쓰는 실수가 생각보다 흔해요. 단백질에서 RNA를 만드는 역번역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뒤집히는 건 전사 단계뿐이에요.

HIV의 증식 —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레트로바이러스의 대표 예로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를 봅니다. 구조부터 정리하면 — 외피가 있고, 그 외피에 당단백질이 박혀 있고, 안에 캡시드와 단일가닥 RNA 유전체 두 벌, 그리고 역전사효소와 몇 가지 효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증식 과정을 단계로 끊어 보겠습니다.

  • ① 부착 — 외피 당단백질이 숙주 세포 표면의 CD4라는 분자와, 그리고 또 하나의 보조 수용체와 결합합니다. 이 두 가지를 다 가진 세포만 감염돼요. 전형적인 숙주 특이성입니다.
  • ② 침입 — 외피와 세포막이 융합하면서 안의 내용물이 세포질로 들어옵니다. 캡시드가 벗겨지고 RNA와 효소가 드러납니다.
  • ③ 역전사 — 역전사효소가 바이러스 RNA를 주형으로 DNA 한 가닥을 만들고, 이어서 그 상보가닥까지 만들어 이중가닥 DNA로 완성합니다. RNA로 들어온 유전정보가 이 시점에서 DNA가 됩니다.
  • ④ 삽입 — 이 DNA가 핵으로 들어가, 인테그레이스라는 효소에 의해 숙주의 염색체 안으로 끼워 넣어집니다. 이렇게 숙주 유전체에 들어앉은 바이러스 DNA를 프로바이러스(provirus)라고 합니다.
  • ⑤ 전사 — 이제부터는 숙주가 알아서 해 줍니다. 숙주의 RNA 중합효소가 프로바이러스를 자기 유전자처럼 전사해 mRNA와 새 바이러스 유전체가 될 RNA를 만듭니다. 바이러스는 손을 떼도 됩니다.
  • ⑥ 번역과 가공 — 숙주 리보솜이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듭니다. 이때 여러 단백질이 한 줄로 길게 만들어지고, 바이러스가 가진 프로테에이스가 그것을 적절한 조각으로 잘라 기능하는 단백질로 바꿉니다.
  • ⑦ 조립과 출아 — 입자가 조립되고, 숙주 세포막에서 출아해 외피를 입고 떨어져 나갑니다.

③과 ④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왜 굳이 DNA로 바꿔서 숙주 염색체에 끼워 넣을까요? 그게 가장 안전하고 가장 오래 가는 보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숙주 유전체 안에 들어가 있으면 세포 안의 RNA 분해 효소에 노출되지 않고, 숙주가 DNA를 복제할 때마다 함께 복제되고, 숙주가 분열하면 딸세포에도 그대로 전달됩니다. 숙주의 유전자인 척하는 것이 최고의 은신처예요.

프로바이러스와 프로파지 —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르다

"숙주 유전체에 끼어 들어간다"는 말을 읽으면서 프로파지가 떠올랐다면 아주 잘 따라오고 있는 겁니다. 발상이 같아요. 그런데 결과는 많이 다릅니다.

프로파지 (용원성 파지)프로바이러스 (레트로바이러스)
원래 유전체이중가닥 DNA — 변환 필요 없음단일가닥 RNA — 역전사로 DNA로 바꿔야 한다
삽입에 필요한 것파지의 삽입 기구역전사효소 + 인테그레이스
빠져나올 수 있나그렇다 — DNA 손상 신호에 억제인자가 분해되면 떨어져 나와 용균성으로 전환사실상 아니다 — 숙주 염색체의 일부로 남는다
숙주를 터뜨리나전환되면 용균시킨다출아로 방출 — 터뜨리지 않고도 계속 방출
제거 가능성전환·용균으로 상황이 정리된다감염된 세포에서 걷어낼 방법이 없다

맨 아래 칸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프로바이러스는 들어간 뒤로 그 세포가 사는 동안 거기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감염된 세포가 분열하면 프로바이러스를 가진 세포가 두 개로 늘어납니다. 이게 다음 단락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중심원리의 화살표 위에 역전사가 거꾸로 겹쳐 놓인 그림, 부착에서 역전사·프로바이러스 삽입·전사와 번역·출아까지 이어지는 HIV 증식 단계, 그리고 잠복 저장소와 높은 변이율이 왜 치료를 어렵게 하는지 정리한 두 칸

역전사는 중심원리의 예외가 아니라, 유전체에 숨는 방법이다 — 송쌤생명과학 자체 제작

왜 치료가 어려운가

이 단락이 이 글의 진짜 목적입니다. 역전사를 "예외"로만 외우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이유가 세 가지 있고, 세 가지가 전부 지금까지 본 기전에서 직접 따라 나옵니다.

첫째, 프로바이러스는 조용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대개 증식 중인 바이러스의 어느 단계를 막는 약입니다. 역전사를 막거나, 삽입을 막거나, 단백질 절단을 막거나. 그런데 숙주 염색체에 들어앉아 전사되지 않고 가만히 있는 프로바이러스는 막을 반응 자체가 없으므로 약이 손댈 데가 없습니다. 약으로 증식 중인 바이러스를 다 눌러도, 이 조용한 세포들이 남습니다. 약을 끊으면 거기서 다시 시작됩니다. 이 세포 집단을 잠복 저장소라고 부르고, 지금까지의 치료법이 완치에 이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둘째, 돌연변이가 아주 빠르게 쌓입니다.

역전사효소는 교정 기능이 거의 없습니다. 세포의 DNA 중합효소가 복제 중 틀린 염기를 알아보고 되돌려 고치는 교정 활성을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에요. 그래서 역전사를 한 번 거칠 때마다 염기 치환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여기에 세대 시간이 짧고 한 사람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입자 수가 엄청나다는 조건이 겹치면, 한 사람 안에 이미 서로 조금씩 다른 수많은 변이체가 공존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이 두 가지 문제를 만듭니다.

  • 약제 내성 — 약 하나만 쓰면, 그 약이 듣지 않는 변이를 우연히 가진 소수가 살아남아 금방 집단을 채웁니다. 이건 자연선택의 교과서적인 사례예요. 약이 선택압이고, 내성 변이가 적응 형질입니다.
  • 백신 개발의 어려움 — 백신은 특정 항원의 모양을 기억하게 하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표적인 외피 당단백질이 계속 바뀌면 면역 기억이 겨냥한 모양과 실제 바이러스의 모양이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치료는 작용 단계가 서로 다른 약을 여러 가지 함께 쓰는 병용요법으로 합니다. 역전사를 막는 약, 삽입을 막는 약, 단백질 절단을 막는 약을 동시에 쓰면, 바이러스가 그 전부를 피하는 변이를 동시에 얻을 확률이 극히 낮아집니다. 이 방식으로 혈액 속 바이러스량을 아주 낮게 유지하는 게 가능해져서, 지금은 꾸준히 치료받으면 장기간 건강을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관리됩니다. 다만 프로바이러스가 남아 있으므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식합니다.

셋째, 하필 면역의 사령탑을 공격합니다.

HIV가 CD4를 가진 세포를 감염한다고 했죠. CD4를 가진 대표적인 세포가 보조 T세포입니다.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 글에서 보조 T세포가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B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세포독성 T세포를 돕고, 사이토카인으로 전체 반응을 조율하는 지휘 역할이었습니다.

그 지휘 세포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획득면역 전체가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조 T세포 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라 부르고, 이 상태에서는 건강한 면역계라면 쉽게 막아 냈을 병원체에도 감염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직접 낸 손상보다 이렇게 생기는 기회감염과 특정 암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HIV는 자기를 막아야 할 시스템을 먼저 무력화하는 전략을 씁니다. 방어하는 쪽의 사령부를 점거하는 것과 같죠.

감염 경로는 정확하게 알아 둡시다. HIV는 혈액이나 특정 체액이 직접 섞이는 경로로만 전파됩니다. 악수, 포옹,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식기 공유, 기침, 모기 같은 경로로는 전파되지 않습니다. 외피를 가진 바이러스라 몸 밖 환경에서 금방 감염력을 잃는다는 점도 앞 글에서 본 구조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꼭 덧붙일 것 — 감염병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전파 경로의 문제입니다. 이 구분을 분명히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정확하고, 실제 방역에도 효과적입니다. 경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불필요하게 두려워하지도, 필요한 예방을 소홀히 하지도 않습니다.

역전사효소는 실험실의 필수 도구가 됐다

이 단락은 꼭 짚고 싶습니다. 바이러스의 무기였던 것이 사람의 도구가 된 사례예요.

연구자가 어떤 세포에서 지금 실제로 발현되고 있는 유전자만 알고 싶다고 해 봅시다. 유전체 전체를 뒤지는 건 비효율적이에요. 대부분의 유전자가 그 세포에서는 꺼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세포에서 mRNA를 뽑아 역전사효소로 DNA를 만들면, 켜져 있던 유전자만 골라낸 DNA 모음이 생깁니다. 이렇게 mRNA로부터 만든 DNA를 cDNA라고 부릅니다.

cDNA에는 하나 더 유용한 성질이 있습니다. mRNA는 이미 가공이 끝난 상태라 인트론이 잘려 나가 있죠. 그걸 베낀 cDNA에도 인트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진핵생물의 유전자를 인트론을 처리하지 못하는 세균에 넣어 단백질을 만들게 할 때 cDNA를 씁니다. 클로닝과 생명공학 응용에서 이 기법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면, 결국 바이러스에서 빌려 온 효소 덕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한 가지 더. 사람 유전체 안에는 과거에 레트로바이러스가 들어와 자리를 잡은 뒤 남은 것으로 보이는 서열이 상당량 있습니다. 조상의 생식세포에 프로바이러스가 들어가면 자손 전체에 그대로 전해지니까요. 대부분은 변이가 쌓여 바이러스로 기능하지 못하는 화석 같은 상태입니다. 유전적 변이의 원천을 생각할 때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 우리 유전체의 일부가 바이러스에서 온 것이라는 뜻이니까요.

쌤 한마디 — 이 글에서 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의외로 단순합니다. "HIV의 유전물질은 RNA이지만 숙주 염색체에 삽입되는 것은 DNA다"라는 한 줄. 선지에서 "RNA가 숙주 염색체에 삽입된다"로 바꿔 놓고 틀린 걸 고르라는 식으로 나와요. 그리고 순서를 쓸 때 역전사 → 삽입의 앞뒤를 바꾸지 마세요. RNA 상태로는 삽입이 안 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걸 "RNA는 비자가 없어서 DNA로 신분을 바꿔야 입국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좀 억지스럽지만 순서는 안 틀리게 되더군요. 마지막으로 치료가 어려운 이유 세 가지(잠복·고변이율·면역 사령탑 공격)는 서술형 단골입니다. 세 개를 세 단어로 줄여 외워 두세요.

정리하면

역전사효소는 RNA를 주형으로 DNA를 합성합니다. 숙주 세포에는 없는 효소라서 레트로바이러스가 입자 안에 넣어 들고 다닙니다. 1970년 테민과 볼티모어가 발견했습니다.

HIV의 증식 순서는 부착(CD4와 보조 수용체) → 막융합 침입 → 역전사로 이중가닥 DNA 생성 → 인테그레이스가 숙주 염색체에 삽입(프로바이러스) → 숙주 효소에 의한 전사 → 번역과 단백질 절단 → 조립과 출아입니다. 들어온 유전물질은 RNA이지만, 염색체에 삽입되는 것은 역전사로 만들어진 DNA입니다.

프로바이러스는 프로파지와 발상이 같지만 사실상 빠져나오지 않고 숙주 유전체의 일부로 남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어려운 이유 세 가지가 생깁니다. ① 조용한 프로바이러스는 약의 표적이 없다 ② 역전사효소에 교정 기능이 거의 없어 변이가 빠르게 쌓여 약제 내성과 항원 변화가 일어난다 ③ 감염 대상이 획득면역을 지휘하는 보조 T세포다. 그래서 작용 단계가 다른 약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으로 바이러스량을 억제해 관리합니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의 효소가 지금은 cDNA를 만드는 연구 도구로 쓰이고, 사람 유전체에도 과거 레트로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서열이 상당량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남았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대체 어디서 나타나는 걸까요? 이 글에서 본 "교정 없는 효소 → 빠른 변이"가 그 답의 첫 조각입니다. 신종 바이러스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변이·재조합·종간 전파를 묶어 보겠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하기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고치고, 고친 날짜를 위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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